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ᴄᴜʙᴇ/ɢᴇʀᴍᴀɴʏ

만 오천보

락다운이 길어지면서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한국에서도 집에 있던 시간이 길긴 했지만

두마리의 강아지도 있고, 지금 머무르고 있는 공간보다는

상대적으로 집이 훨씬 크기 때문에 행동 반경이 넓었다.

몸이 작아지고 무뎌지는 느낌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걸은 거리가 이-삼천보 정도

되는 것 같다. 작년에 비해 올해 달 평균 천 보 이상이 줄었다.

그럼 1년으로 계산했을 때 만 이천보 내외라는건데

그 이상의 거리를 어제 하루동안 걸었다.

 

야외활동이 줄어든 1년간 누적된 부족했던 걸음을 어제 채워넣었다.                       해를 맞으며 일을 하는 종일은 어떤 느낌일까 하며 잠시동안 부러웠던 누군가의 일터 서점

 

걷는건 나에게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앉아서 하얀 드로잉 북을 보고

생각을 휘젓는 것 보다 더 즐거운 생각들을 길에서 낚을 수 있다.

한 보 한 보 발을 옮길 때 마다 바뀌는 주변의 모든 상황이 즐겁다. 

그래서인지 어제 만오천개의 환경을 하루에 경험을 하고나니 개운했다.

눈동자에 많은 이미지도 담고 사진으로도 그 중 몇 가지를 잡아뒀다. 

밖의 겨울공기도 마음껏 마시고, 온 몸에 해를 쬐어주기도 했다.

좋은 작업들과 길의 작은 자극들을 받으며 뇌도 꾹꾹 건들이기도 했다.

대화도 많이 했다. 걸으며 하는 대화는 항상 좋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고여있는 공기를 마시며 하는 대화보다

신체적인 움직임이 더해진 대화는 훨씬 생동감 있고 청량함이 느껴진다.

 

 

요즘 집을 나서 한 보 떼는게 참 어렵다.

물론 여러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얽혀있어 그 매듭을 풀다가 말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핑계될 거리도 없이 나설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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