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저녁부터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지나친 생각들과 주말동안의 조금 무리한 일 탓이었을까
미열이 나고 목도 잠겼다. 기침을 요 며칠간 하긴 했는데
그냥 건조해서 그러려니 하고 가습기를 켜고 환기도 자주 시켰다.
미열이 나기 시작하고 나서는 겁도 났다.
이건 설마 그 증상은 아니겠지 하며 매운음식도 먹어주고
비타민도 먹고 잠도 계속 잤다.
부모님과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 와중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조금이라도 상태가 악화되면 당일 비행기라도 끊고 오라고 하신다.
아 괜히 걱정거리를 안겨드린 것 같았다.
잠을 계속 잤다. 30일과 1일은 잠으로 모든 시간을 보냈다.
애매한 저녁 6시 새벽 3시 이렇게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온열장판을 평소보다 조금 더 뜨겁게 올려놓고 자니
아침에 일어났을 땐 땀이 흥건했다. 샤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여느때와 같이 아침시간에 눈이 떠져 화장실도 갈 겸 샤워도 할겸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는데 눈이 와있었다. 얼마만에 보는 눈인가 !
독일에서도 참 오랜만이다. 남부지방에 살면 자주 보는 것 같긴하다.
12월이 왔구나 싶었다. 20년이 이렇게 끝을 빼꼼 알려오는 것 같아
하 - 하고 창 밖으로 숨을 내보냈다.
그리고 한국친구들에게 보내줄 사진으로도 담고 멍하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아직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집들의 샷다는 닫혀있어 더 구석구석
창너머 풍경을 훑어보았다. 알록달록 색과 울퉁불퉁 모양을
눈이 모두 덮고 있다. 모두가 자기주장이 강하던 풍경들을
눈이 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자기주장 강한 수 많은 생각들을 12월은 하얗게 그냥 덮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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