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ᴄᴜʙᴇ/ɢᴇʀᴍᴀɴʏ

한달 반의 기록

11월 4일부터 아이디어를 내고 공모를 하고 오늘 12월 15일이 되어서야 모든 과정이 끝났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연속으로 2학기를 온라인으로 진행을 하고 있고,

때문에 학교에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기에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수업을 듣는 것 이외에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것이 있을 까 하는 고민을 하던 중에

학교의 메일에서 새해카드 공모를 한다는 글을 봤다. 

여러가지 공모 중 이것이 상대적으로 간단히 참여할 수 있는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마침 시기에 맞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샘플을 만들어 보았다.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본 1,2차 샘플들

주변에 안목있는 친구들에게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물었더니

긍정적이었고 다양한 색상을 추가로 만들어 공모해 보기로 했다.

재미삼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감 기한보다 일찍 제출해놓고 언제 결과가 나오나 메일함을 들락날락하며 내심 기대도 했다.

 

그 이후 약 2주후에 나의 아이디어가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12월 3일 선정되어 축하하다는 말과함께 추가적인 질문들이 메일로 도착했다. 

 

오 신기해라 ㅎ 도움준 친구들에게 기쁨과 함께 고맙다는 말을 먼저 전했다.

여러 장을 한번에 만들기 위해서는 백지의 상태에서 계획부터 다시 시작해야했고 (무려 400장을 만들어야 했다 ! )

단순 카드가 아닌 팝업카드의 형태였기 때문에 여러 베악슈탓에 콘탁을 해야했다.

베악슈탓의 경험이 3학기 동안 거의 전무했다 싶었기 때문에 학교 홈페이지의 메일을 찾아

한군데 한군데 콘탁을 했고 찾아가 작업 방향에 대해 상의를 했다.

 

메일을 참 많이도 보냈다.

 

모두가 친절했고 정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의 구현을 위해서 도와주었다.

전문적인 단어를 모르면 영어로 설명해주고 느린 나의 대답에도 귀 귀울여줬다.

당일 새벽에 보낸 메일을 보고 당장 상의하자는 디지털 베악슈탓 안나의 말에 눈비비며 학교도 갔고,

대면이 어려우니 줌으로 상의해보자는 포토 베악슈탓의 요하네스는 회의중에 사설 프린트샵에 전화까지 해주었다.

다음 날 간 학교에는 카드와 관련된 모든 인물들이 먼저 만나 제작의 어려움과 대안에 대해

상의를 하고 있어 놀라기도 했다. 

그라픽 클라세의 멜리사는 작업에 흥미를 가지며 여러가지를 물어보았고, 추가로 들어갈 카드에 대해 상의도 함께 했다.

레이저 작업을 하고 있는 도중에 파피어 베악슈탓의 카타리나가 미리 와서 작업들을 보며 안나에게 설명을 들었고

내가 갔을 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법으로 완성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 경험으로 다른 것을 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었다.

작업을 하는 중에 베악슈탓에서 같이 작업하던 슈묵클라세 친구와도 서로 작업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름을 모르는구나, 왜 안물어봤지 ?

1년의 시간보다 2주의 시간동안 학교에 아는 사람이 더 많이 생기게 되는 일도 있구나 싶다.

 

 

실패와 배움의 과정 그리고 제출된 카드들

모든 과정이 이 곳 에서는 당연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다.

한국에 있다면 이 과정을 맡길 업체를 찾아 많은 돈을주고 좋은 퀄리티의 결과로 그냥 끝냈을 것 같다.

물론 손으로 하나하나 다루고 실수도 하고 작업도 망치며 하는 여러 단계는 너무 정신없고 바빴다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어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하고 쉬기 바빴다.

하지만 작업을 하며 이야기하던 시간들도, 꾸준한 실수에도 오히려 나서서 도와주는 감사함에 선물한 쿠키와 이야기도,

작업하는 창 너머 오며가며 마주친 학생들과의 눈웃음도 너무 즐거웠다.

작업의 완성도와 퀄리티를 떠나(물론 최선을 다했다.)

이 시간은 올해의 손에 꼽을 정도로 중요하고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워크샵을 듣지 않았음에도 베악슈탓의 관계자를 알게 되었고

억지로 해야만 했던 콘탁들은 조금 더 편해졌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생기면 어려움 없이

콘탁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상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학교에 들었던 복잡한 많은 생각들이 12월인 마지막 달을 거치며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개인작업에서 오는 고민은 끝이없고

내년까지 이어지는 해야하는 할 일은 수도 없이 많지만

얼마만에 이렇게 작업으로 즐겁게 집중하며 지낸 시간이었는지

글로 다시 한번 정리를 하며 보니 더 느껴진다.

 

나의 400개의 수고는 올 해 독일 구석구석의 아카데미 친구들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에게

보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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