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ᴄᴜʙᴇ/ɢᴇʀᴍᴀɴʏ

새벽 다섯시와 아침 일곱시 사이의 이야기

나는 지독한 올빼미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새벽 3-4시

작업을 하게되면 아침 6-7시에도 잠을 자곤 했다.

새벽에는 아무소리도 안나고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편안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깨어있는 또 다른 새벽은 시간은 같지만, 다른 적막함이 있다.

이번 달 부터 새벽기상을 하며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에

기상을 하고 있다. 해가 뜨기 전 까지는 스텐드만 켜놓고

멍 한 상태로 글을 쓰기도 하고, 침대에 꾸물꾸물 누워 스트레칭과

멍때리기를 한다. 일찍 샤워를 마치기도 하고, 영어공부를 하기도 한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동이 트기 시작하고 조금씩 사람들과 자연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둠이 자던 곳에 구석구석 빛이 스며들어가 색과 모양을 드러내준다.

내 방의 작은 조명을 끄고 문을 열어 나도 오늘의 첫 빛을 방으로 들인다.

 

이 모습을 창밖으로 가만히 보고있으면 하루 중 세상의 가장 바쁜 시간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창 너머로 보이는 아침 여섯시와 일곱시

 

물론 매일 매일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는 않는다.

전 날 하던 작업이이 남아있거나 진행중인 작업이 있으면 늦게 자기도 하는데

그럴 땐 다섯시에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들어 일곱시쯤 일어난다.

 

이 사이에 가끔 요상한 꿈을 꾸기도 한다.

마치 두시간동안 다른 세계에 다녀온듯한,,

최근 기억이 나는 두시간 동안의 경험은

고등학교 뒷자석 친구의 자리에 죽은 벌 더미가 있어 치우는것,

옆 방 하우스메이트가 싱크대 안에 들어가 앉아있으며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 등,,

그리고 그 꿈 직후에는 여러번 다시 머릿 속으로 그 장면들을 되풀이 해보곤 한다.

왜 꾸게 되었을까, 나의 어느 지점과 연결되어있어 이 장면들이 나왔을까,,

(보통 프로이트적 관점 보다는 해몽과 같은 동양의 미신을 더 찾아보고 연결지어본다.

왜? 더 재미있다. 그리고 더 열려있는 느낌이랄까,, 프로이트는 너무 명확한 연결점의 정답이 있는 것 같잖아..)

그리고 아주 먼 훗날 이 되새김이 데자뷰처럼 등장할 때도 있다.

 

패턴을 달리해 살아보는것은 하루하루를 다른 시간의 기준으로 살게 만들어 준다.

동일한 시계의 시간인데도 하루의 마무리, 시작이 된다.

 

여름까지 이 패턴이 계속되면 이른 시간 밖을 나서 걸어보고도 싶다.

문을 활짝 열고 검은 하늘이 붉은색을 지나 파랑으로 변하는 변화도

멍하니 바라보고 싶다. 음, 여름까지는 반년이나 남았다.

 

'ᴄᴜʙᴇ > ɢᴇʀᴍᴀɴʏ'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위바위보의 속도  (0) 2020.11.24
지식인 보다 친구가 좋다  (0) 2020.11.19
노동과 돈  (0) 2020.11.15
떠난다는 것  (0) 2020.11.12
첫 글  (0) 202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