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는 글을 아침에서 깬 몽롱한 상태에서 쓴다.
긴 하루의 끝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이 지나갔기 때문에 좀처럼 글이 간결하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여덟시간의 어둠 속에 잠겨있다 나온 몸은 무겁고 좀처럼 내맘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그저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일정이 있는 날 에는 괜히 아침부터 서두르고 허둥지둥 하게 된다.
나는 이 서두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차라리 이 몽롱함을 즐기고 하고싶은 것을 이 시간에 한다.
우주에 가 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몸은 무겁게 가라앉았는데 사고가 무중력 상태에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문득 요즘 근황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 스트레칭을 마치고 타자를 치기로 했다.
요즘 괜히 머리가 복잡해서 주춤주춤 하는 것 같아 일정을 털어놓고 주변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정신없는 오프라인 학기가 끝나고, 숨을 돌리자마자 카셀-베를린-뮌헨 전시 일정을 돌았다.
기대와 달리 나를 자극하는 작품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 일주일 휴식 후 유리에, 친구들과 함께 스위스로 캠핑을 갔다. 여유로운 일정이었지만 첫 캠핑이어서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았던 탓에 바쁘게 지내다 온 것 같다.
(이 곳에서 알게된 놀라운 사실 : 나는 수영을 할 줄 안다. 다만 물에 떠있는 자세를 못 할 뿐)
- 최근 워크샵에 참여하다 만난 한 분의 제안을 받아 시립미술관 이벤트에 일부 참여하게 됐다.
많은 사람이 개입되어있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이만저만 충돌과 스트레스가 많다.
음, 빠르게 마무리 하고 개인작업을 하고싶은 욕구가 마구 솟아나는 요즘이다.
- 기존 일하던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은지 사람을 구하지 않아서 다른 일을 찾아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와중에
우연히 다른 아르바이트를 소개 받았다. 시간이 지나서 알았지만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카페이다.
로스팅을 직접 하고 바리스타들이 일 하는 곳이어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라떼아트도 알려주고, 커피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내가 일 하는 지점은 3번째로 생긴 비교적 신설 지점 인데, 담당 매니저 바스티는 볼 때마다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
괜히 동기부여가 되어 어설프지만 열심히 하면 엄청난 칭찬을 부어준다. 마치 강아지가 된 기분. 무튼 적절한 시기에 또 다른
적절한 일이 들어와서 즐겁다.
- 친구들과 여러 운동을 시작했다. 독일에서 나는 대부분 혼자 운동을 하는 편이다. 여름에는 날도 좋고 괜히 해를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운동을 잘 하곤 하는데, 가을이 시작되고 부터는 몸이 도통 움츠러들어 움직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는 친구들과 배드민턴채를 샀다. 집 근처 코트를 빌려 팔이 뻐근해 질 때 까지 친다. 그리고 가볍게 멜 등산 가방도 샀다. 지역의 등산 코스를 찾아 다녀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외 멀리 나가기도 한다. 주중에 한두번 만나 꾸준히 하는 운동은 조금은 움츠러든 몸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영어 공부는 작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사실 독일어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학업을 위해서는 영어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작업과 언어공부는 시간을 들여도 늘 부족하기만 한 것 같다. 학기가 바빠지지 않는 이상 아침에 꼭 시간을 들여 하고싶다.
- 플리마켓은 시간이 나는 주말마다 꾸준히 간다. 최근 Innerstadt에 큰 플리마켓이 열려 열심히 둘러보고 작은 소품도 많이 샀다.
- 지역에 팝업 놀이공원이 생겼었다. 놀랍게도 한 달 이 안되는 기간동안 열리고 사라지는데, 그 많은 놀이기구들과 음식점들이 지어지고
다시 없어진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 곳에 들러 이것저것 많이도 먹었다. 물론 놀이기구도.
두서없지만 생각나는 대로 근황을 적다보니 보통 야외 활동이 많다. 남은 기간은 좀 움츠러든 상태로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