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ᴄᴜʙ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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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돌- 바다는 가로로 놓여있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죽 길게 늘어져있었다. 나는 바다를 길다고 생각한다.나는 길이의 깊이와 거리를 가늠할 수 없어 그냥 납작한 바다를 생각한다. 파도는 서있는 나에게 앞으로 솨아아- 왔다가 뒤로 솨아아-돌아간다. 그리고 바다는 납작하지 않다고 말한다.나는 보이지않는 어느 저 뒤 먼 다른 발끝에서 와아아 너의 발 끝을 다시 전한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멀리멀리 깊은 것이 바다라고 소리낸다. 파도는 가로 위에 버티던 산을 오독오독 바다를 태워 보낸다.산들은 돌으로 바다를 긁는다. 그래도 큰 파도는 그저 어르고 얼러 나에게로 밀어낸다.부딪혔다 굴렀다 깎았다 갉아냈다 깨졌다 긁었다.어제의 시간을 무겁게 오래 담아서, 가라앉은 채로 가벼워진 돌들은 파도로 나에게 밀려온다.소리는 발 ..
지하철은 맷돌 지하철은 맷돌맷돌 안으로 들어가는 콩들은 2호선 방향을 타고 뱅글뱅글콩들이 내리는 다음 역들에서 그들은 콩국수, 두부, 두유가 된다. 3월 한국 방문했을 때, 시간이 너무 많아서 지하철 사람들 구경하며 든 생각
얽혀있는 가지 최근 다시 불면증이 찾아왔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가 찾아와서, 기쁘기도 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가 따르는 일이라 불면증이 온 것 같다. 꼭 이럴 때만 글을 찾는, 글을 써내는 나를 보며 많이도 게을러 졌다고 느껴진다. 요즘에는 생각이 너무 복합적으로 뻗어나가서 감당하기 어렵다. 그리고 뻗어나간 생각들은 뻗어갈 수록 얽혀간다. 내가 사는 집은 공원 옆 이기 때문에 창 밖 어디를 보던 나무가 보인다. 공원을 걷는 사람들 그리고 새와같은 동물들이 바삐도 어울려 지내는 창 밖 풍경은 저녁이 되면 하늘의 미세한 빛들로 인해 가지들만 앙상히 남는다. 낮에 공기가 한가득 돌던 공간이 납작해지고, 어느 가지가 앞에 있는지 하늘의 끝을 향해있는 가지의 끝은 어느곳에서 시작되었는지 뚫어져라 쳐다봐도 알길이 없다. 나..
고무줄과 철사 지나가며 움직이는 시간들 오늘은 멍하니 길을 응시하고 지나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나는 정지해 있는데 주변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 무언가 많이 지나온 것 같은데, 또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움직이고 있지만 움직이고 있지 않은 상태 그 사이에 우두커니 서있는 것 같다. 눈 앞에 일렁이는 풍경들은 수많은 정보를 끌어안고 무서울 정도로 다가오지만, 나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는 무기력함을 등에 지고 서있었다. 최근 주변의 환경이 다시한번 바뀌었다. 한동안 고정되어있던 위치를 바꾸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대와 흥분을 동반하지만 이 감정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작년 말 부터 오랜기간 아파왔던 나는 아무래도 그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은 것 ..
onyx 너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꾸밈이 없다. 그냥 내지르는데 맑고 청량하다. 너의 목소리와 곡은 여름 안 노을로 향하는 드라이브를 떠올리게 한다. 그 흔한 바이브레이션이나 기교는 필요없다. 그냥 소리를 내는데 그냥 좋다. 한 때 자주 듣던 너의 한 곡이 온라인에서 사라져서 데모버전을 받은적이 있다. 왜 네가 지웠는지 정확한 연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주 즐겨듣던 나로는 아쉬웠다. 아직도 너에게 받은 데모는 드라이브에 남아있어 가끔 듣곤 하는데 10년 그 이전의 네 목소리는 10년 후 들어도 좋다. 너의 곡은 너를 많이 닮았었다. 어려웠던 그 관계만 아니었다면, 아직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여름 노래방에 가서 들었던 여러 곡들의 이름들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너의 소리가 좋아서 ..
포옹 요즘 일을하며 친해진 직원들과 포옹을 많이 한다. 인사를 할 때 헤어질 때 그리고 우연히 만날 때 포옹을 한다. 대체로 나보다 키도 크고 몸집도 커서 동일하게 포옹을 해도 안기는 느낌이 강하다. 내가 몸이 차서 가을 겨울에는 추위를 정말 많이 탄다. 짧은 찰나의 포옹 이지만 타인의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이 좋다. 오랜 기간 살면서 포옹 이라는 가벼운 인사 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말에 동료 생일파티에 다녀온 이후로 포옹의 감각을 떠올려보게 됐다. 반가운 인사 혹은 안녕의 인사와 함께하는 포옹은 괜히 위로가 되는 느낌이랄까. 따뜻한 것이 나를 감싸는 것은 무엇이든 좋다.
천장에 닿아있는 혀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머릿속에 담겨 있는 생각을 밖으로 잘 내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말을 천천히 하는 습관은 생각의 맛들을 잘 느낀 후 내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생각의 맛을 잘 곱씹고 내보내는 말들은 시간이 지나도 뒤끝이 없다. 가끔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그것을 토해내듯 입 밖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무슨 말을 뱉어내고 있는지, 그 말들은 어떤 식감을 가졌는지, 어떤 온도를 가졌는지 느낄 틈도 없이 말이다. 요즘은 이런저런 일을 동시에 시작하고 마무리 해야 하는 일정에 '힘들다' '스트레스받는다' '하기 싫다' 라는 말을 많이 내보내는 것 같다. 갑자기 입 안이 건조하고 텁텁해진 것 만 같다. 음, 생각을 비우고 잠시 입 안에 빈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쓰는 글 보통 나는 글을 아침에서 깬 몽롱한 상태에서 쓴다. 긴 하루의 끝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이 지나갔기 때문에 좀처럼 글이 간결하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여덟시간의 어둠 속에 잠겨있다 나온 몸은 무겁고 좀처럼 내맘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그저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일정이 있는 날 에는 괜히 아침부터 서두르고 허둥지둥 하게 된다. 나는 이 서두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차라리 이 몽롱함을 즐기고 하고싶은 것을 이 시간에 한다. 우주에 가 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몸은 무겁게 가라앉았는데 사고가 무중력 상태에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문득 요즘 근황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 스트레칭을 마치고 타자를 치기로 했다. 요즘 괜히 머리가 복잡해서 주춤주춤 하는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