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ᴀʟʟ ᴄᴀᴛᴇɢᴏʀ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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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오천보 락다운이 길어지면서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한국에서도 집에 있던 시간이 길긴 했지만 두마리의 강아지도 있고, 지금 머무르고 있는 공간보다는 상대적으로 집이 훨씬 크기 때문에 행동 반경이 넓었다. 몸이 작아지고 무뎌지는 느낌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걸은 거리가 이-삼천보 정도 되는 것 같다. 작년에 비해 올해 달 평균 천 보 이상이 줄었다. 그럼 1년으로 계산했을 때 만 이천보 내외라는건데 그 이상의 거리를 어제 하루동안 걸었다. 걷는건 나에게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앉아서 하얀 드로잉 북을 보고 생각을 휘젓는 것 보다 더 즐거운 생각들을 길에서 낚을 수 있다. 한 보 한 보 발을 옮길 때 마다 바뀌는 주변의 모든 상황이 즐겁다. 그래서인지 어제 만오천개의 환경을 하루에 ..
가위바위보의 속도 사는 환경이 계속해서 바뀌다보면 주변에 있는 인물들도 변화한다.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안에서 나름의 사회망을 구축해야한다. 아무리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힘들다고 하더라도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내가 남에게 다가가는 속도가 다르듯 상대가 나에게 다가오는 속도 역시 다르다. 가끔 지나쳐 내가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며 아예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가 있기도 하다. 나는 새로운 관계를 나아가는데 있어서 꽤 느릿느릿하고 수동적인 편이다. 물론 내가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나 사회 안에는 전혀 다른사람 같이 불도저처럼 적극적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마구마구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면 그것이 호의이기 때문에 나도 어느정도 적극적으로 반응을 해 준다. ..
지식인 보다 친구가 좋다 나는 호기심이 많다. 하고싶은 것도 많아서 이것저것 다 체험하고 해보고 싶고 실제로 해본다. 모르는 분야를 알게 되었을 때 얻는 깨달음도 너무 즐겁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 도 상당히 흥미롭다. 나는 이 과정을 즐기긴 하지만, 새로움을 배우기 때문에 필요한 관계들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들어갈 때도 있어 쉽게 지치거나 피로를 느낀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그 호기심도 관계와 함께 멀어진다. 그래서인지 올 해는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많이도 배웠다. 보통 나는 친구들이나 지인에게서 배우는데 (참 복 많게도 주위에 재주꾼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항상 '나는 사실 그닥 전문가가 아니야' 라고 말하며 알려준다는 것이다. 음, 나에게 전문성은 필요하지 않다. 전문성을 요했..
새벽 다섯시와 아침 일곱시 사이의 이야기 나는 지독한 올빼미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새벽 3-4시 작업을 하게되면 아침 6-7시에도 잠을 자곤 했다. 새벽에는 아무소리도 안나고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편안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깨어있는 또 다른 새벽은 시간은 같지만, 다른 적막함이 있다. 이번 달 부터 새벽기상을 하며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에 기상을 하고 있다. 해가 뜨기 전 까지는 스텐드만 켜놓고 멍 한 상태로 글을 쓰기도 하고, 침대에 꾸물꾸물 누워 스트레칭과 멍때리기를 한다. 일찍 샤워를 마치기도 하고, 영어공부를 하기도 한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동이 트기 시작하고 조금씩 사람들과 자연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둠이 자던 곳에 구석구석 빛이 스며들어가 색과 모양을 ..
노동과 돈 *여기서 언급되는 모든 노동과 돈의 기준은 '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알바'이다.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기본적인 돈이 필요하다. 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를 하기위해서 돈이 필요하고, 나는 일을 한다. 한국에서는 미술의 범위 안에서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기술, 방법등을 전하는 노동을 했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민들을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그리고 노동의 뒤에는 '전문가' 라는 타이틀과 '선생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이 곳에서는 보통 물건을 판매한다던지, 단순 노동을 위주로 많이 한다. 노동 할 거리를 내가 선택하기 보다는 주어진 것을 처리해 나가는 느낌이 든다. 때문에 일대 다수를 상대해야 하기도 하고, 상당히 반복적이어서 오히려 정적이기도 하다. ..
떠난다는 것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은 최근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여러명의 학생이 같이 사는 WG(Wohngemeinschaft)에서 나 포함 4명의 여학생과 살고 있다. 한국에서 결과를 받고 급히 집을 구해 이곳으로 떠나왔기 때문에 , 되는대로 가장 비싸지 않은 선에서 집을 구해 왔다. 베를린 시절에도 여러명과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리 부담감은 없었지만, 그때는 한국 사람들과 살았기 때문에 지금과의 생활과는 좀 다르다. 사실 첫 5개월은 옆방의 친구가 남자애였기 때문에 샤워실을 다닐 때 눈치가 좀 보였다. 그 친구도 아마 불편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가 조용하게 지내서 (가끔은 너무 조용해서 있는지 없는지 몰라 예상치 못하게 놀라기도 했다.) 그 외에는 별 불편함은 없었다. 가끔 모여..
첫 글 가끔, 자기 전 일기도 쓰지만 일기와는 다른 결로 단순한 생활의 기록을 넘어 생각을 정리하고 써보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이 공간을 만들었다. 늘 글을 써보고는 싶었지만 어느 지점으로부터 써 나가야 하는지에대해 막막했고 하루키의 단편 에세이를 보면 담백하지만 코믹한 서술과 상황들이 아 역시 글은 이렇게 쓰는 사람들이 써야지! 하며 겁을 먹기도 했던 것 같다. 규칙적이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내년까지 써보려고 하고 내년이 지나고는 이 습관이 조금 더 자연스레 일상에 자리잡았으면 한다. 되도록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많은 생각이 없는 상태의 담백함으로 글을 써내려가보려 한다. 최근 각종 이론서와 작업을 위한 자료집, 소설을 읽는데 흥미가 조금 사라져 박혜수 작가의 작가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한국에 어..
시작, 2020,11,08 글 쓸 공간을 만들었다.